성경을 읽다 보면 가끔 번역된 문장만으로는 도무지 맥락이 잡히지 않아 잠시 멈춰 서게 되는 구절을 만납니다. 출애굽기 10장 10절에서 바로가 모세에게 했던 말도 그런 말씀 가운데 하나입니다.
바로는 모세와 아론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데리고 광야로 나가 하나님을 섬기게 해 달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그러나 그는 순순히 허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요구를 비웃으며, 하나님의 보호하심까지 조롱하는 듯한 말을 내뱉습니다.
처음 이 말씀을 읽으면 그 표현이 다소 낯설고 뜻이 쉽게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과 바로의 태도를 함께 살펴보면, 이 말 속에는 단순한 거절을 넘어 하나님을 향한 오만과 이스라엘을 향한 잔인한 조롱이 담겨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1. 번역의 간극 너머, 그 시대를 엿보다
성경은 아주 오랜 시간을 지나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오늘 우리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의 언어 감각만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의 한 구절을 읽을 때에는 단순히 문장 하나만 떼어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어떤 마음으로 건네졌는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는 자신의 권력과 힘을 믿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자신의 손아귀에서 놓아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이끌어 내실 것이라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바로가 아무리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하나님의 뜻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손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시작하신 일은 사람의 조롱이나 거절 때문에 중단되지 않습니다.
2. 성경 읽기, 지식이 아닌 ‘본심’을 만나는 시간
그렇다면 우리가 성경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지 고대의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서일까요. 어려운 문장의 뜻을 풀어내기 위해서일까요.
물론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지식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곳에는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는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의 복잡한 문장들 사이에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과 사랑이 흐르고 있습니다.
세상은 때때로 바로처럼 우리에게 묻습니다.
“네가 믿는 하나님이 정말 너를 도우실 수 있겠느냐?”
어려움이 길어지면 우리 마음속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올라옵니다.
‘정말 하나님께서 나를 보고 계실까?’
‘왜 하나님은 아직도 이 일을 허락하고 계실까?’
‘이 길이 정말 맞는 걸까?’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눈앞의 상황만으로 하나님의 뜻을 판단하지 말라고.
바로의 조롱이 끝이 아니었던 것처럼, 우리의 눈앞에 놓인 난관도 결코 이야기의 마지막 장이 아닙니다.
3. 오늘, 우리 삶의 기준이 되는 말씀
말씀을 읽으며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가는 일은 복잡한 세상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목소리는 너무 많습니다.
누군가는 이것이 옳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저것이 옳다고 합니다.
그러나 말씀을 붙들고 있으면 적어도 내가 어느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가야 하는지는 조금씩 분명해집니다.
무엇이 참인지, 무엇을 붙들어야 하는지, 그리고 나는 어디를 향해 걸어가야 하는지를 말씀 안에서 다시 묻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도 성경을 펼칩니다.
세상의 크고 작은 소리에 흔들리는 대신, 나를 살리신 하나님의 진리 위에 내 삶을 조금씩 세워가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의 생각
말씀 한 구절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을 찾아가는 일은 어쩌면 보물찾기와도 같습니다.
처음에는 뜻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오래 바라보고, 그 시대의 상황을 살펴보고, 그 말씀을 오늘의 내 삶에 비추어 보면 어느 순간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의미 하나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로의 조롱은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가 아무리 이스라엘의 앞길을 막으려 했어도,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구원의 길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이스라엘은 애굽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자유의 길로 나아갔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도 세상의 조롱처럼 느껴지는 일이나,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난관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때 우리의 눈앞에 보이는 상황만 바라본다면 낙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나를 이끌고 계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믿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지금은 길이 보이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길을 잃으신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말씀 안에서 하나님의 본심을 조금 더 알아가며,
눈앞의 상황보다 크신 하나님을 바라보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분의 진리가 우리의 마음을 든든히 붙들어 주어,
어떤 순간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평안이 우리 안에 머물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