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한 줌 제대로 쥐어지지 않는
저 높고 거친 바위산 꼭대기,
하늘과 맞닿은 척박한 절벽 끝에
의연하게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를 바라봅니다.
시원하게 물 한 모금 받아 마실 수도 없는
모진 환경 속에서도
메마른 가뭄과 매서운 칼바람을 견디며
어찌 저토록 사시사철 푸르고 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요.
눈에 보이는 가지와 푸른 잎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리 단단한 바위라 할지라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보이지 않는 땅속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리고
온 힘을 다해 대지를 붙들고 있는
그 깊은 뿌리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문득 그 소나무 앞에서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세상이라는 척박한 환경 한가운데서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메마른 가뭄 같은 날이 찾아오고,
도저히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은
거센 바람이 불어올 때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앞으로 남은 길을 바라보며
‘내가 이 거친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까’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 소나무를 바라보며 깨닫습니다.
삶의 환경이 아무리 메마르고 거칠지라도
내 영혼의 뿌리를 주님의 말씀에 깊이 내리고 있다면
나는 다시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을.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뿌리가
나무를 붙들고 있듯이,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믿음의 뿌리가
우리의 영혼을 붙들어 주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뿌리가 깊어질수록
거센 바람이 불어도 쉽게 쓰러지지 않고,
긴 가뭄이 찾아와도
다시 푸른 잎을 내밀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
저도 저 소나무처럼 살게 하소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도
주님을 향한 믿음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사람들의 시선보다 주님의 시선을 더 의식하며,
어떤 계절을 지나더라도
제게 맡겨진 자리를 묵묵히 지키게 하소서.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산꼭대기에서도
소나무는 하늘을 향해 푸른 가지를 펼치고 있습니다.
저 나무처럼
저의 남은 생애도 주님께 맡기고 싶습니다.
기쁠 때나 힘겨울 때나,
푸른 계절이나 메마른 계절이나
한결같이 주님을 바라보며,
오늘도 제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가장 깊은 감사의 예배를
주님께 올려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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