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에 널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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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 아래,
마당을 가로지르던
옛날 빨랫줄을 떠올리면
가슴 한편이 따뜻해집니다.

그 시절의 빨랫줄은
단순히 빨래를 널어 말리는 도구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허물을 묵묵히 받아 안아주던
넉넉한 품이었습니다.

장롱 깊숙이 아껴두었던 고운 나들이옷이든
빛바랜 후줄근한 작업복이든
가리지 않고 제 몸을 내어줍니다.

때가 묻었다고 밀어내지 않고,
오래되어 빛이 바랬다고 외면하지 않고,
한쪽 구석이 해졌다고 나무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빨래가 자기 몸을 맡기면
묵묵히 받아주고
따스한 햇볕 아래 펼쳐 놓습니다.

그러고 보면 참 이상합니다.

사람은 옷에 묻은 작은 얼룩 하나에도
마음이 쓰이는데,
빨랫줄은 온갖 때와 냄새와 구김을
아무 말 없이 받아줍니다.

말끔하게 씻겨진 옷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씻어야 할 옷을 받아주는 것이
빨랫줄의 일이었으니까요.

문득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도 저 빨랫줄에 널린 빨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은 아닐까요.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깨끗하고 반듯한 모습도 있지만,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얼룩진 모습도 있습니다.

실수도 있고,
후회도 있고,
남에게 말하지 못한 마음의 구김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깨끗한 모습만 하나님께 보여드리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깨끗해진 뒤에 오라고 하지 않으십니다.

얼룩진 그대로,
구겨진 그대로,
때가 묻은 그대로
주님 앞에 가져오라고 하십니다.

빨랫줄에 널린 옷이
햇볕을 받아 조금씩 마르고
바람을 맞으며 냄새를 털어내듯,

우리의 마음도
주님의 사랑 안에 머물다 보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겠지요.

돌이켜보면
인생의 어느 계절에는
나도 누군가에게는
빛바랜 작업복처럼 초라하게 느껴졌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생각합니다.

옷이 낡았다고 빨랫줄이 그 옷을 버리지 않듯,
내 삶에 얼룩이 있다고 주님께서 나를 버리실 리가 없다는 것을.

오히려 주님은
내가 가장 감추고 싶은 모습까지도 아시면서
그 모든 것을 품어주시는 분이 아닐까요.

오늘 문득 떠오른 옛날 빨랫줄 하나가
제게 그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너도 괜찮다.
얼룩이 있어도 괜찮다.
주님 앞에 그대로 널어놓아라.”

파란 하늘 아래
바람에 흔들리던 그 빨랫줄처럼,

오늘도 주님 앞에
내 삶을 가만히 내어놓습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햇볕이 빨래를 말리듯
주님의 사랑은 우리의 상처를 말리고,
바람이 옷의 냄새를 씻어내듯
주님의 은혜는 우리의 묵은 마음을 새롭게 하신다는 것을.

오늘도 있는 모습 그대로
주님의 넉넉한 품에 나를 맡겨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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