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만화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언제나 먼저 코끝을 간질이는 냄새가 있었습니다.
오래되어 퀴퀴해진 종이 냄새와 사람들의 손때가 밴 만화책 냄새, 그리고 어딘가에서 희미하게 풍겨오던 담배 냄새까지. 지금 생각하면 썩 쾌적한 곳도 아니었는데 그때의 나에게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이었습니다.
주머니 속에는 달랑 백 원짜리 동전 한 개. 그 백 원이면 하루 종일 만화방에 앉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푹 꺼진 소파 구석에 몸을 묻고 마음에 드는 만화책 몇 권을 골라 옆에 쌓아두면 그때부터 시간은 내 것이었습니다. 밖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도,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잠시 잊어버렸습니다.
만화책 속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습니다. 용감한 주인공이 되어 악당을 물리치기도 하고, 슬픈 이야기가 나오면 어린 마음에도 가슴이 먹먹해져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또 우스운 장면을 만나면 누가 옆에 있는지도 모르고 혼자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한 아이가 만화방 한구석에 앉아 웃었다 울었다 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신기합니다. 고작 백 원짜리 동전 하나로 그렇게 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니요. 요즘처럼 손안에 온 세상이 들어오는 시대도 아니었고, 볼거리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한 권의 만화책이 열어주는 세상이 그렇게 넓었습니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나타났고, 나는 그 세상 속으로 아무 거리낌 없이 들어갔습니다.
만화방을 나설 때쯤이면 어느새 해가 기울어 있었습니다. 주머니는 여전히 비어 있었지만 마음속에는 하루 동안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이 가득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방금 읽었던 이야기를 생각하며 혼자 웃곤 했습니다.

그때의 나는 몰랐습니다. 푹 꺼진 소파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백 원짜리 한 개로 보내던 그 시간이 훗날 이렇게 그리운 기억이 될 줄은.
어쩌면 그때 내가 만화책에서 얻었던 것은 이야기만이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을 수 있었던 시간. 그것이 어린 나에게는 참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백 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지만 그때의 백 원은 한 아이에게 하루 종일 누릴 수 있는 작은 우주 하나를 선물했습니다.
그래서 가끔 오래된 종이 냄새를 맡으면 마음이 그 시절로 돌아갑니다.
푹 꺼진 소파와 손때 묻은 만화책, 주머니 속 달랑 하나의 백 원짜리 동전. 그리고 그 구석에서 혼자 웃고 울던 어린 나.
참 이상하지요.
그때는 백 원 하나가 세상을 넓혀주었는데, 지금은 세상이 너무 넓어서 오히려 그때처럼 한곳에 가만히 머물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가끔 그 퀴퀴했던 만화방이 그립습니다. 그곳에는 백 원짜리 하나만 있으면 충분했던 나만의 시간이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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