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오랜 시간 온 지상을 뜨겁게 달구며 기승을 부리던 거친 무더위도, 이제는 긴 버티기에 지쳤는지 새벽녘 찾아온 선선한 솔바람 앞에 조용히 제 자리를 내어주고 물러나는 모양입니다.
지나간 계절 내내 뜨거운 뙤약볕은 수많은 사람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하고, 세상의 푸른 청춘과 들녘마저 모조리 집어삼킬 듯 사납게 맹위를 떨쳤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비정하고 매서운 한여름의 폭염이라 할지라도 영원히 머물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이 또한 반드시 지나가리라.”
그 믿음 하나를 품고 견디다 보면, 끝날 것 같지 않던 계절도 마침내 제때가 되어 물러갑니다.
문득 양산 들녘의 툇마루에 앉아 이마를 부드럽게 스치는 고마운 바람을 맞으며, 내 삶을 뜨겁게 달구었던 시련의 계절들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숨만 쉬어도 뼈마디가 끊어질 듯 찾아왔던 벼락같은 격통도 있었습니다.
홀로 남겨진 창가의 빈 의자를 바라보며, 말없이 삼켜야 했던 외롭고 먹먹한 눈물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 모든 아픔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메마른 땅에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긴 가뭄처럼, 앞날은 막막했고 마음은 초조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바위산 꼭대기의 소나무처럼 말씀의 반석 위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기도의 자리를 떠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주님께서 예비하신 신령한 가을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눈물로 뿌린 씨앗은 반드시 기쁨으로 거두게 하실 것이다.”
그 믿음을 가슴 깊이 품고 하루하루를 견뎌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주님께서는 내 가난한 영혼의 마당 한가운데로 성령님의 선선한 은혜의 바람을 불어 보내주셨습니다.
오랫동안 내 마음을 짓누르던 아픔은 조금씩 가라앉았고, 뜨겁게 타오르던 눈물의 자리에는 다시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돌이켜보니 알겠습니다.
세상의 어떤 지독한 시련의 계절도 창조주 하나님께서 정하신 시간의 법도를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한없이 길어 보이던 여름도 반드시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주듯, 우리의 고난에도 하나님께서 정하신 끝이 있습니다.
그리고 눈물로 씨앗을 뿌리며 믿음으로 견뎌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반드시 아름다운 결실로 거두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오늘 나는, 지나간 폭염을 바라보며 오히려 주님을 찬양합니다.
뜨거운 계절을 견디게 하셨고, 마침내 선선한 바람을 보내주셨으며, 눈물의 시간을 지나 눈부신 가을의 문을 열어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양산의 푸른 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내 남은 생애의 모든 계절을 주님의 손에 온전히 맡기며,
지나온 모든 날에 감사하고 다가올 모든 날을 믿음으로 기다리는
가장 높고 당당한 감사의 예배를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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