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화려한 조명이 켜진
높고 웅장한 예배당 안에서만
하나님의 은혜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찬송을 부르고
기도를 올릴 때만
주님이 내 곁에 계신다 여기곤 하지요.
그러나 오늘, 에어컨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창가에 앉아
투박한 명자나무 몸통에 피어난 명자꽃 세 송이와
단단한 아스팔트를 쩍 갈라내고 솟아오른
연약한 들풀 한 포기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그 작은 피조물들의 숨소리 속에서
나는 예배당의 그 어떤 설교보다
더 웅장하고 세밀하게 일하시는
하나님의 거룩한 손길을 마주합니다.
아기 싹을 위해 자신의 두꺼운 살을 쩍 찢어
숨구멍을 내어준 고목의 양보 속에서
우리를 살리시려 십자가에서 온몸을 찢으신
예수님의 눈물겨운 보혈의 희생을 봅니다.
손가락으로 툭 치면 부러질 것처럼 연약한 어린 들풀이 어떻게 단단한 돌바닥을 뚫었을까요?

그것은 거대한 장벽 밑에서 숨겨진 바늘구멍 같은 틈새를 찾아내어 새싹의 세포 속으로 묵직한 물방울을 가득 채워주신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세심한 손길 덕분이었습니다.
내 눈에서 마르지 않고 흐르는 이 감격의 눈물은
비정하고 삭막한 세상 한복판에서도
여전히 살아서 숨 쉬고 계시는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나의 가장 순결한 고백입니다.
일흔넷의 지고 지난했던 인생의 거친 껍질 속에서도
끝까지 나를 눈동자처럼 아끼고 기르시는
주님의 세밀한 사랑이 들녘 가득 고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배당 문을 나서는 순간에도
내 삶의 모든 자리에서
살아 숨 쉬는 주님의 손길을 온몸으로 느끼며,
오늘도 타오르는 자연 앞에서
가장 깊고 신령한 삶의 예배를 올려 드립니다.
“주님, 교회의 문턱을 넘어
이 거대한 자연 성전 속에서 일하시는
당신의 살아있는 손길에 날마다 감격하게 하소서.
들녘의 들풀 하나도 소중히 여기시는 주님의 마음을 닮아,
내 남은 생애도 오직 주님 가신 길만을 노래하는
작고 아름다운 들녘의 예배자로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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