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두꺼운 나무껍질.
세상의 매서운 바람을 막아주는 든든한 울타리이지만,
그 안에서 막 움트려는 어린 생명에게는
숨조차 쉬기 어려운 캄캄한 벽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작은 새싹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제 몸보다 수백 배는 더 단단한 껍질을 향해
조용히,
그러나 끝끝내
연둣빛 고개를 밀어 올립니다.

도대체 그 작은 몸 안에
어디에서 이런 힘이 솟아나는 것일까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빛을 향해 나아가고,
누가 등을 떠밀지 않아도
기어코 세상을 향해 얼굴을 내미는 작은 생명.
아마도 그 힘은
세상의 어떤 장벽보다 강한
‘어떻게든 살아내겠다’는 생명의 뜨거운 본능일 것입니다.
거친 벽을 뚫고 세상 밖으로
첫인사를 건네는 저 작은 싹을 바라보며
오늘도 삶의 무게에 주저앉고 싶었던 나를 조용히 돌아봅니다.
나에게도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느껴졌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고,
아무리 애써도 벽은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지던 날들.
그러나 작은 새싹은
자신 앞에 놓인 벽의 크기를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빛이 있는 곳을 향해
자신의 작은 힘을 다해 한 걸음씩 밀어 올렸습니다.
어쩌면 믿음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모든 길이 보이기 때문에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빛이 있는 방향을 믿으며 한 걸음 내딛는 것.
가장 두려운 순간에도
빛을 향한 믿음을 놓지 않는 것.
어쩌면 우리에게 찾아오는 시련도
영원히 우리를 가두어둘 벽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밀어 올리는
단단한 껍질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오늘 조금 힘들다고 해서
내 삶이 여기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보이지 않을 뿐,
우리 안에도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때가 되면
그 작은 생명은 반드시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껍질을 밀어내고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 것입니다.
생명은 때로 가장 어두운 곳에서 자라고,
가장 단단한 벽을 뚫고 나올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오늘도 빛을 향해
조용히 한 걸음 내딛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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