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곰탕, 평생을 우려낸 사랑

작성자

카테고리:

겨울이면 우리 집 부엌에는 하루 종일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커다란 무쇠솥 안에서 닭이든 소뼈든 묵묵히 끓고 있으면, 집 안 가득 따뜻한 냄새가 번져 나갔다.

어머니는 국물이 넘칠까 수시로 뚜껑을 열어 보셨고,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맛을 보시며 조용히 불을 조절하셨다.

철없던 그때는 미처 몰랐다. 진한 곰탕은 오래 끓여야만 비로소 제맛이 난다는 것을.

더 몰랐던 것은, 어머니의 사랑도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우리 삶 속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곰탕은 한 번 끓는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센 불로만 거칠게 끓이면 국물은 탁해지고, 은은한 약한 불에서 오래 기다려야 맑고 깊은 맛이 우러난다.

어머니의 사랑이 딱 그랬다. 큰소리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고, 조용히,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키며 깊어져 갔다.

어머니는 늘 좋은 고기는 자식들 그릇에 먼저 넉넉히 담아 주셨다.

정작 당신은 고기 한 점 없는 국물에 밥을 말아 드시면서도,
“엄마는 이 뜨끈한 국물이 더 좋다.”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다.

그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철이 들고서야 알았다. 고기가 싫어서가 아니라, 자식을 너무나 사랑해서였다는 것을 말이다.

세월이 흘러 나도 부엌에 서서 곰탕을 끓여 본다. 신기하게도 몇 시간을 정성껏 끓여도 옛날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 그 깊은 맛은 도무지 나지 않는다.

아마도 어머니의 국물 속에는 닭이나 소뼈만 들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자식을 향해 밤낮으로 흘린 땀방울과 평생의 기도가 함께 우러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냄비 위로 따뜻한 김이 피어오른다. 아지랑이 같은 그 김을 바라보다 문득 그리운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 온다.

나에게 곰탕은 그저 식탁 위에 올려지는 음식을 넘어, 평생을 뭉근하게 끓여 우리를 키워 내신 어머니의 눈물겨운 사랑 그 자체였다.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