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강가, 수천 마리의 하루살이들이 무리를 지어 허공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황금빛 노을을 배경으로 격렬하게 춤을 추는 그들의 몸짓은 마치 공중에 뿌려진 반짝이는 모래알 같았다.
문득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졌다. 아침에 태어나 저녁이면 생을 마감한다는 짧은 운명. 저토록 치열한 춤의 끝이 고작 몇 시간 뒤의 죽음이라니, 어쩐지 허무하고 가련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때, 가만히 멈춰 선 내 어깨 위로 지친 하루살이 한 마리가 내려앉았다.
투명하고 가느다란 날개를 유난히 파르르 떨고 있는 녀석을 보며,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을 건넸다.
“단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삶은 억울하지 않니? 내일이라는 아름다운 아침을 보지 못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이잖아.”
그러자 바람결을 타고 하루살이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마음속으로 들려오는 듯했다.
“인간들은 늘 우리가 보지 못하는 ‘내일’을 안타까워하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 ‘하루’가 곧 평생이자 우주랍니다. 우리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낭비하지 않아요. 지나간 어제를 후회하며 슬퍼할 시간도 없지요.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오직 ‘지금 이 순간’뿐이니까요.”
그 짧은 울림은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하루살이에게는 과거에 대한 미련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없었다.
그저 지금 흐르는 바람을 느끼고, 지금 눈앞에 펼쳐진 노을을 온몸으로 맞이하며, 현재를 가장 밀도 높게 살아갈 뿐이었다.
반면 백 년 가깝게 살아가는 인간인 나는 어땠는가.
이미 지나가 버려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붙잡고 괴로워하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걱정을 미리 끌어다 쓰느라
정작 가장 소중한 ‘오늘’을 잿빛으로 물들이고 있지 않았던가.
어깨 위의 작은 생명은 다시 한번 날개를 폈다. 생의 마지막 에너지를 쥐어짜 내며 동료들이 있는 황금빛 허공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녀석에게는 그 마지막 1분, 1초가 평생과도 같은 무게였을 것이다. 하루살이는 내일이 없기에 불행한 것이 아니라, 내일이 없기에 매 순간을 온전히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존재였다.
그날 밤, 강가를 돌아 나오는 길은 이전과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하루살이가 남겨준 지혜 덕분이었다.
영원할 것 같은 우리의 삶도 거대한 우주의 시간 안에서는 그저 찰나의 하루살이와 다를 바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을 얼마나 깊이 사랑하고 만끽하느냐이다.
가슴속에 하루살이의 투명한 날갯짓을 품어본다.
내일의 걱정은 내일에게 맡기고, 오늘이라는 기적을 끝까지 사랑하며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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