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바벨탑 이야기를 들으면, 하늘 끝까지 닿으려다 결국 무너져 내리는 거대한 탑과 그에 따른 엄중한 심판만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가만히 그 장면을 다시 묵상하다가 문득 낯설고도 묵직한 질문 하나가 제 마음을 툭 건드렸습니다.
만약 당신이 만든 세상이 당신을 등지고 스스로 높아지려 할 때, 당신을 지은 그 존재의 마음은 과연 어떠했을까요?
하늘 보좌에서 내려와 사람들이 쌓아 올린 그 탑을 묵묵히 내려다보시던 그분의 마음. 그것은 단순히 노여움이 아닌, 어쩌면 억장이 무너지는 부모의 슬픔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요?
1. 우리는 왜 자꾸 우리 이름을 알리고 싶어 할까요?
성경 속 사람들은 외칩니다. 우리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고, 흩어지지 않게 힘을 모으자!
표면적으로는 공동체의 결속과 견고함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목적은 하나였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세상에 증명하고, 나를 만드신 분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완벽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욕망이었죠.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은 늘 이런 나만의 성을 쌓고 싶어 합니다. 더 높이, 더 견고하게, 더 유명하게.
2. 기술이 아닌, 그 마음의 방향을 보셨을 겁니다
사람들은 탑을 높이 쌓는 기술에 열광했지만, 그분을 아프게 한 것은 건축의 규모가 아니었습니다. 벽돌 하나하나 사이에 촘촘히 박힌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오만함과 서로를 밀어내는 사악한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예전의 아픔(홍수)을 딛고 다시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주었건만, 인간은 그 은혜가 채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스스로의 힘으로 높은 곳에 오르려 했습니다. 사랑하는 자녀가 부모의 따뜻한 손길을 뿌리치고 위험한 벼랑 끝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볼 때, 그 마음이 얼마나 미어지셨을까요.

3. 오늘 우리 시대의 ‘바벨탑’은 무엇일까요?
바벨탑 이야기는 먼 옛날의 고대 신화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 곁에도 첨단 과학과 편리함, 그리고 끝없는 성취라는 이름의 바벨탑들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고대 사람들보다 더 영악할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모든 은혜를 당연하게 누리면서도, 정작 삶의 주인은 나라고 외치며 살아가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하나입니다. 그분은 언제나 죄는 단호하게 바로잡으시지만, 파멸해가는 사람을 보며 끝내 눈물을 멈추지 못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4. 그분의 눈물, 가장 애틋한 사랑의 언어
누군가 파멸을 앞두고 목놓아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훗날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며 흘리셨던 눈물은, 바벨탑을 내려다보시던 그분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심판이라는 차가운 회초리를 들기 전에, 그분은 늘 뜨거운 눈물로 먼저 사랑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의 가장 깊은 속마음은 처벌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긍휼과 영원한 사랑이었으니까요.
[오늘의 생각]
오늘 저는 창밖의 새소리를 들으며, 내 마음 한구석에 은밀하게 쌓아 올린 욕심의 바벨탑들을 조용히 허물어 봅니다. 내 이름을 드러내려던 교만함 대신, 나를 가장 세밀하게 살피시는 그분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서요.
세상은 끊임없이 더 높은 곳을 향해 탑을 쌓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화려한 성 대신 그분의 따뜻한 사랑이 머무는 자그마한 일상의 자리를 가꾸어 보려 합니다.
높이 올라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곁에 있는 분과 눈을 맞추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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