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아침 공기가 온 대지를 포근하게 감싸 안는 이른 새벽, 저는 평소처럼 소박한 차림을 하고 집 근처 강가 둑길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70대를 훌쩍 넘긴 나이이지만, 매일 아침 길을 나서는 이 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근심을 내려놓고 창조주 하나님과 독대하는 저에게 가장 소중한 예배의 시간입니다.
1. 물안개가 그려낸 하늘의 경계
둑길 위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는 순간, 저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대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운 풍경 앞에 깊은 탄성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밤새 차가워진 공기와 따스한 강물이 만나 피어오른 뽀얗고 하얀 물안개가 온 강물을 가득 채우며 몽환적인 춤을 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강물에서 가득 피어오른 그 신비로운 물안개는 흐르는 물줄기와 눈에 보이지 않는 공중의 빈 공간 사이에서 하늘의 경계를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손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이 경이로운 새벽의 질서와 조화를 바라보며, 제 가슴 속에는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잔잔한 찬송이 피어올랐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이 물안개와 같지 않을까요?
존재하지만 실체를 다 알 수 없고, 흐르는 시간 속에 머물다 사라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모든 과정이 하나님의 섭리라는 거대한 오선지 위에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 벅차게 다가왔습니다.
2. 엄마 오리 가족의 다정한 행진
물안개의 장막을 뚫고, 시선 아래로 사랑스럽고 다정한 오리 가족 한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듬직한 엄마 오리는 아직 날갯짓조차 서툰 아기 오리들을 다정하게 뒤에 데리고, 자욱한 물안개 속을 유유히 헤엄쳐 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오래전, 제 아이들을 키우던 젊은 날의 제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그때는 저도 엄마 오리처럼 아이들을 지키느라, 또 먹이고 입히느라 얼마나 동동거리며 살았던지요. 어미 제비의 지극한 모성애처럼, 오리 가족 역시 창조주께서 태초부터 심어두신 사랑의 법을 가만히 따르고 있었습니다.
강물이라는 거대한 오선지 위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며 동동거리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하나님께서도 연약한 저를 이렇게 아기 오리처럼 품어주셨음을 깨닫습니다.
때로는 거친 세파에 밀려 힘겨웠던 날들도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마다 저를 지켜주셨던 주님의 손길이 오리 가족의 행진처럼 다정하게 느껴져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3. 작은 풀벌레가 선물하는 웅장한 합창
평화로운 행진을 환영이라도 하듯, 강가 주변의 푸른 풀숲 사이에서는 정겨운 소리들이 일제히 울려 퍼졌습니다. 수풀이 우거져 육신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작은 풀벌레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비록 몸집은 너무나 작아서 사람들의 시선에 쉽게 뜨이지 않지만, 그들이 쏟아내는 “찌르르, 찌르르” 하는 합창 소리는 가히 대자연 전체를 쓸어 담을 만큼 웅장하고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누가 시키는 이도 없고 알아주는 이도 없건만, 저마다의 악기를 들고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하늘을 향해 찬란한 새벽 합창을 선물하는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예배자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흔히 세상의 화려한 바벨탑을 쌓으며 내 이름을 드러내려 애쓰지만, 하나님께서는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저 풀숲 속 작은 벌레의 신음과 노래까지도 이토록 세밀하게 돌보고 계십니다.
척박한 인생 광야를 걷는 우리의 삶도 때로는 이름 없는 풀벌레처럼 연약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귀로 들리는 이 소박한 합창 소리가 제 영혼을 가득 채우는 것을 보며, 하나님은 매일 아침 일상의 소소한 은혜를 통해 제 영혼을 다정하게 위로하고 계심을 깊이 신뢰하게 됩니다.
4. 나를 세밀하게 돌보시는 창조주의 품
강가 둑길을 걸으며 저는 생각합니다. 저 풀벌레들의 노래가 새벽 공기를 타고 제 귓가에 이토록 정겹게 전달되는 것처럼, 우리의 기도 또한 하나님께 이토록 아름답게 전달되고 있을까요? 세상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힘과 명예를 자랑하며 탑을 쌓을지라도, 저는 오늘 내게 주어진 작은 삶의 자리에서부터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자비를 찬송하기로 다짐합니다.
창조주의 완전하신 관심 밖에는 단 하나의 생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오늘 저에게 보여주신 이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은, 지친 저의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세밀한 연애편지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내 이름을 세상에 내세우려던 교만함을 다 내려놓습니다. 대신, 나를 눈동자처럼 세밀하게 돌보시는 사랑의 아버지 품 안에서 더 깊은 순종의 발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비록 나의 삶이 작고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주님 보시기에는 이 새벽 합창처럼 아름다운 노래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평화로운 둑길을 따라 오늘도 제 삶의 예배가 이어집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를 돌보시는 그분의 은혜를 의지하며, 저는 다시 힘을 내어 저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삶의 무대로 나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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