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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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만나기도 한다.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나타난 고라니 때문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도 있고,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마당에 앉아 있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작은 생명을 만나기도 한다.

그날도 그랬다.

나는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잡초를 뽑고 있었다.

얼굴은 돌리지 않은 채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으로 검은 물체 하나가 휙 지나갔다.

“뭐지?”

순간 또 무슨 짐승인가 싶어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산토끼 한 마리였다.

토끼도 나를 보자마자 커다란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우리는 서로 긴장한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토끼는 내가 위협적이라고 생각했는지 얼른 몸을 돌려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그 토끼가 나타났다.

멀찍이 떨어져 나를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슬쩍 사라지고, 또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그 경계하는 눈빛과 어딘가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모습이 자꾸만 내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얼른 집 안으로 들어가 고구마를 잘라 마당에 던져 주었다.

토끼는 한동안 눈치를 보았다.

그러더니 살금살금 먹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 고구마를 아작아작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다음 날에도 토끼는 나타났다.

이번에는 고구마가 아니라 당근을 주었다.

역시 잘 먹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토끼는 내가 먹이를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조심스럽게 고구마를 손에 들고 토끼에게 직접 먹여 보았다.

그런데—

콱!

토끼가 그 넓적한 앞니로 내 손을 물어버렸다.

“애구, 놀래라!”

그런데 이상했다.

한번 나를 물어버린 토끼는 그 뒤에도 여전히 아침마다 우리 집 마당을 찾아왔다.

아마 이곳에 오면 먹을 것이 생긴다는 믿음이 생겼던 모양이다.

그렇게 열흘쯤 지났을까.

그날은 조심스럽게 토끼의 목에 손을 가져갔다.

이번에는 도망가지 않았다.

가만히 있었다.

그 순간 어찌나 고맙고 감사하던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그 통통한 모습을 보고 토끼에게 이름도 붙여 주었다.

“토동이.”

살이 통통 오른 모습이 귀여워서 붙인 이름이었다.

그날부터 아침이면 나는 마당에 나가 토동이를 불렀다.

“토동아!”

그러면 어디선가 정말 날아오듯 재빨리 나타나 내 앞에 앉았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나는 토동이에게 먹이를 주었고, 우리는 아침마다 작은 행복을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침에 마당으로 나가 평소처럼 불렀다.

“토동아!”

그런데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불렀다.

“토동아!”

그래도 보이지 않았다.

그다음 날에도, 며칠 뒤에도 토동이의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얘가 왜 안 나타나지?’

혹시 어느 짐승에게 잡혀 먹힌 것은 아닐까.

나는 며칠 동안 토동이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한 달 동안 매일같이 만나며 정이 들었던 탓인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아침이면 괜히 마당을 바라보게 되고, 어디선가 통통한 토끼 한 마리가 쪼르르 나타날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이 말했다.

사람 손에 길들여지지 않았더라면 그 토끼가 지금도 살아 있을지도 모르지.

그 말을 듣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토동이가 어디로 갔는지 나는 아직 모른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한 달 동안 매일 아침 나를 찾아오던 작은 생명이 있었고,

나는 그 아이에게 토동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 어느 아침부터 토동이는 오지 않았다.

그 후로도 가끔 마당을 바라본다.

혹시나 어디선가 통통한 모습으로 나타나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 같아서.

토동아.

그 이름을 마음속으로 한번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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