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마당가에 서서
내 발밑을 소리 없이 따라다니는
어두운 그림자 한 자락을
가만히 굽어봅니다.
그림자는
고정된 하나의 형태만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빛의 방향과
기울어진 햇살의 각도에 따라
때로는 아스팔트 벌판을 다 덮을 만큼
길게 몸을 뻗었다가,
어느 순간에는
내 발뒤꿈치 아래로 바짝 몸을 웅크리며
작고 낮은 모습으로 변합니다.
참 신기합니다.
그림자는 스스로 빛을 만들지도 못하고
자기 힘으로 방향을 정하지도 못하면서
빛이 움직이는 대로
그 모양을 바꾸어 갑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시선을 조금 달리하여 바라보니,
문득 저 그림자의 모습 속에서
험한 세상 틈바구니를 살아가는
우리 인생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우리의 삶도 때로는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지고
때로는 한없이 작아지며
수없이 많은 모습으로 변해 갑니다.
오늘은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것 같다가도
내일이면 어느새 길을 잃은 듯하고,
한때는 내가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것처럼 느끼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내 존재가 한없이 작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림자를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림자의 크기와 모양이 변한다고 해서
빛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어딘가에 빛이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도
내 삶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낙심하지 않으려 합니다.
지금 내가 길게 늘어진 그림자처럼
힘겨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 해도,
혹은 발밑에 웅크린 작은 그림자처럼
내 존재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해도,
내 모습보다
나를 비추고 계시는 빛을 바라보아야겠습니다.
빛이 어느 방향에서 비추느냐에 따라
그림자의 모습은 달라지지만,
빛을 향해 서 있는 한
그림자는 언제나 내 곁에 있습니다.
그리고 믿음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면
내 인생의 그림자마저도
나를 버리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빛을
조용히 증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오늘도 나는
내 그림자의 크기를 바라보기보다
그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빛을 바라보며 걸어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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